시는 마음으로 읽는 글입니다. 시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아무도 본 이는 없지만은
나뭇잎 가만히 고개 숙일 때,
바람은 거기를 지나가지요.

이 시를 소리내여 가만가만 읽어보세요. 머리 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지요? 머리에 떠오르는 그림을 흰 종이에 그려보세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큰 나무 한 그루가 서있답니다. 그 나무 아래에 나무를 바라보고 섰는 조그만 여자 아이 하나. 여자아이의 어깨 위에서 나풀거리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려요. 나뭇가지에 수없이 매달린 초록빛 나뭇잎들, 그 나뭇잎들이 와사사 소리내며 흔들리고 있어요. 어머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또 한쪽에는 희고 뽀얀 솜털이 보소소 나 있네요. 아마도 바람이 그곳을 지나는가 봐요. 바람의 몸은 보이지 않지만........
물론 은이의 그림은 다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어떤 글을 읽거나 말을 들었을 때 우리의 머리는 어떤 풍경을 그리게 됩니다. 이 머리에 그리는 그림을 상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한 그림이 자세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수록 풍부하고도 높은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된답니다.

그러면 이 상상력은 어떤 일을 할까요? 흔히 공상의 언니는 상상이고, 상상의 언니는 창의성이라고 합니다. 또는, 공상의 형님은 상상, 상상의 형님은 창의성이 되겠지요? 그래요. 상상력은 창의력의 동생이랍니다. 그러니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창의력도 풍부합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이렇게 서로 관련이 있답니다.
그런데 시를 읽을 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시속에서 많은 그림과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시속에 살고 있는 시인의 마음이 됩니다. 그러니까 시속에 들어있는 사람이 슬프면 자기도 슬프고 시속에 들어있는 사람이 기쁘면 자기도 기쁩니다. 그러니 시를 읽을 때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런데 상상력이 낮은 사람은 시속에 사는 시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없으니까 심심하겠지요? 그래서 시를 읽어도 마음이 훈훈해 지지도 않고 슬퍼지지도 않으니까 맹송맹송한 기분이겠지요?
조은 어린이. 상상력이란 바로 이렇게 시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을 자기 마음 속으로 옮겨심는 일을 한답니다.

그러면 이제 은이가 질문한 좋은 시집 고르는 법을 말해볼까요?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시들도 다 달라요. 시들은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닮았지요. 그런데 그 많은 시들 중에 어린이가 읽기에 좋은 시, 어린이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길러주는 시, 어린이의 말씨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시, 어린이의 마음을 성장시켜 주는 유익한 시들은 어떤 것일까요?
어린이에게 가장 유익한 시는 한마디로 서정시랍니다.
서정시란 밝고 맑고 솔직한 마음을 아름다운 언어로 쓴 시를 말합니다. 서정시 속에는 나무와 꽃과, 해와 달이 나오고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선량한 어른들이 나온답니다. 그런데 가끔 지난날을 그리워 눈물짓는 회상조의 시, 죽은 강아지, 죽은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사망광고 같은 시,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비꼬는 증오의 시들이 어린이의 책 속으로 들어오려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런 시들은 어린이의 마음에 먹구름을 끼게 하여 침울한 성격의 어린이, 마음이 배배꼬인 어린이, `나는 안돼!` 하며 뒤로만 물러나는 용기없는 어린이로 만들어 줍니다.
둘째로 어린이를 위한 시는 아름다운 말들로 엮어져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투박하거나 날카로운 언어가 아닌 부드럽고 훈훈한 언어의 시를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라서 그런 언어를 사용하게 되거든요.
셋째로는 시를 읽을 때는 읽지만 말고 외우도록 하세요. 시를 많이 외운 어린이는 항상 친구들 사이에 인가가 있게 됩니다. 왜냐고요? 그야 멋진 대화를 할 줄 아니까요.

<남미영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