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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가?
kredi 2020-01-01 25

부모들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책을 멀리한다고 하소연할 때, "내 욕심이 아이의 욕구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랬던 것 같다" 는 고백을 한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마는, "차라리 더 클 때까지 놔두지." 하는 것이 섯부른 조기독서교육에 대한 나의 일관된 입장이다.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왜 책을 읽지 않는가?

첫째, 책과의 첫 만남이 좋지 않았다. 조기 문자교육의 수단으로 책 읽기를 시작한 경우, 오히려 책을 싫어하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 문자교육의 마지막은 긴 문장 읽기다. 진도에 맞추어 책읽기를 숙제로 시키고, 더러는 야단도 맞으니 책이 좋아 질 리 없다.

둘째, 책을 인지발달의 도구로 생각한다. 유아를 위한 책들, 특히 전집들을 보면 영재 교육에 혈안이 된 것 같다. 서너살 유아는 물론이고, 갓 태어난 젖먹이의 집에도 셈하기, 자연관찰, 예절 책, 창의력 발달을 위한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있다. 독일에 있는 조카에게 그림책을 보내준 적이 있다. 부모와 아이의 공통된 소감이 한국 책은 지나치게 지식을 강요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좋게 놀아요.” "이빨을 닦아야 해요.“ 등등 훈계하는 문 그랬다. 잔소리는 어른도 싫은 법이다. 재미없이 훈계가 많은 책은 아이들을 질리게 만든다.

셋째,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대중매체의 책임도 크다. 지난 몇 년 동안 0세부터 6세의 자녀를 둔 신세대 엄마들을 겨냥한 육아잡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월령별 발달", "우리 아이 영재로 만들려면.." "연령별 권장도서" 등은 약방의 감초 같은 기사들이다. 아이들은 책에 나온 대로 5개월이 되면 기어야 하고 돌전에는 걸어야 한다. 1-2개월에 희비가 엇갈린다. 발달단계표보다 빠르면 뿌듯하고, 늦으면 불안하다.

잡지에 나온 유아용 권장도서도 월령별, 나이별로 세분되어 있다. 도대체 그 기준을 모르겠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 내가 책에 문외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지경이다. 연령별 권장도서 목록에 익숙해져서 인지,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유아용 서적, 특히 그림책은 모두 치운다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발달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책에도 천천히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어느 유아교재 전문회사에서 나온 "0-5세 아동의 월별 교육 프로그램" 을 보았다. 36개월의 교육목표에 "국사도감을 보며 연대표를 꾸민다" 라 씌여있다. 정말로 아이가 연대표를 이해하리라 믿는 것일까? 소아정신과에 환자가 넘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넷째,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동의 취미. 지적능력, 성별, 적성, 생활 경험과 환경에 따라 독서취향도 달라진다. 자신을 소개할 때 책 읽기가 제일 싫다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있었다. 읽다가 덮은 책들 중에<플루 타크영웅전> 이 들어있다. 물론 양서다. 그러나 이 책은 초등학교 또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데다가, 서정적이고, 섬세하며,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는 그 아이에게 호감을 줄 수 없었다. 줄거리가 선명하고, 읽으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책들과 화가들의 일대기" 를 골라주었더니 좋아했다. 요즈음은 책에 욕심을 낸다. 섬세한 그 아이의 글을 읽으면 감탄할 때가 있다. 누가 이 아이의 독서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지 의아스럽다.

다섯째,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들은 5 .6 학년만 돼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형 서점에 놀러 다닌다. 부모로서는 "서점에 가다니 기특하구나!" 하겠지만,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대형서점에는 양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악서도 즐비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에 쉽게 띄는 곳일수록 만화책이며, 가벼운 책들이 많다. 그 아이들이 시끄러운 대형서점의 바닥에 앉아 양서를 읽으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아이들이 양서류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갖출 때까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시기 만큼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여섯째, 경쟁적으로 독서를 시킨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월반을 좋아한다. 독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애는 벌써 햄릿을 읽어요.” 라는 이웃의 자랑에 속상했다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세익스피어가 만 10세의 어린이를 위해 햄릿을 썼을 리 없고, 그 아이 줄을 필요 없다고 설명하자 금새 얼굴이 환해진다. 상담자의 책임이 막중한 시대가 된 것 같다.

일곱째, 독후감을 강요한다. 어린이 독서교육에 힘쓴 이상금 교수는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강요하지 말라“ 고 강조했다. 어린 아이에서 독후감을 강요하면 책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책이 없으면 독후감 쓸 일도 없을 것 아니에요?” 라는 아이들의